Page 72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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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서도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음에 이르고 있다고 설한다.
다섯 번째 ‘회간취습은廻乾就濕恩’은 ‘마른자리 아기 뉘고 어머니는 젖은
자리 눕는 은혜’이다. ‘어머니의 은혜’라는 노래의 가사 중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
시며 손발이 다 닿도록 고생하시네.”는 내용은 이 ‘회간취습은’에 설해진 경
문의 내용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신다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여섯 번째 ‘유포양육
은乳哺養育恩’은 ‘젖을 먹여 길러 주신 은혜’이다. 어머니는 아기를 위해 아낌
없이 주는 거룩한 자기희생의 실천자다. 어버이는 비록 아기에게 모자란
데가 있다고 해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대신 오히려 건강한 아이보다 더욱
정성껏 보살펴 준다. 이런 차별 없는 전체적인 사랑이 부모님의 사랑임을
『부모은중경』은 설하고 있다.
일곱 번째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은 ‘더러운 것 깨끗이 씻어 주신 은혜’이
다. ‘세탁부정은’에서 경전의 게송은 앞의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와는 달리
어머니의 곱던 얼굴이 시들어 가는 모습을 먼저 노래하고 있다. 부모로 인
하여 내가 세상에 태어났고 그 부모로 인하여 길러졌음을 안다면 부모를
받들고 모셔야 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부처님 자신마저도 아버지
인 정반왕이 별세하자 손수 그 상여를 메었다고 하듯이 『부모은중경』은 말
그대로 부모의 은혜가 지중함을 가르쳐 설하고 있으며 벽화는 이를 아름
답게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여덟 번째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은 ‘멀
리 떠나면 걱정하시는 은혜’를 설하고 있다. 즉 외지로 떠나게 되거나 또는
떨어져 있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을 그려 놓았다.
아홉 번째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은 ‘자식 위해 궂은일도 마다 않는 은혜’
를 말한다. 흔히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윗사람이 아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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