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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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에 실행하는 등 행해진 날은 시대별로
차이가 있었으나, 봄에 펼쳐지는 대표적
인 국가 의례로 자리 잡았다.
한편 『고려사』 세가편世家篇은 당시 국
가 차원에서 개설된 불교의례佛敎儀禮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불교
의례는 대체로 불보살에게 귀의하고, 잘
못을 참회하며, 공양하고 발원하는 순 사진 2. 「훈요십조」.
으로 진행된다. 즉 교리에 기반한 그 실천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례는 『인왕경』과 『금광명경』을 기반으로 한 호국의례, 화엄사상을 기반으
로 하고 있는 화엄법회, 그리고 각종 신중도량, 그리고 국가의 위기를 소멸
하고자 개최했던 소재도량消災道場·기양도량祈禳道場이 개최되고 있었는
데, 이러한 다양한 불교의례는 불교의 대승경전이 지닌 교의사상이 가시
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각 시기별 불교교리의 동향 역시 살
필 수 있다. 아울러 고려의 불교의례는 토속신앙과 혼합된 경향도 있어서
불교의 고려사회 흡수를 위한 움직임도 살필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개
설된 이들 불교의례는 적의 침입을 물리치게 하기 위해, 왕과 왕실의 무병
장수, 죽은 자의 극락왕생, 천재지변을 물리치거나 복을 빌기 위한 기복祈
福 등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왕실을 중심한 집권층의 불교교리에 대한 중앙집권적인 해석과
선택 또는 합리화의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국가적 차원의 교단형
성과 육성책을 실현하고 있음을 살필 수 있다. 불교행정제도의 체계화를
엿볼 수 있다. 결국 『고려사』는 불교를 부정했던 조선에서 편찬되었지만, 고
려시대 불교의 사정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역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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