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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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놓은 것이 아닌가 한다(사진 3). 범종각을 받치고 있는 해묵은 기둥들
             사이로 허리를 굽혀 빠져 나가면 오른쪽으로 방향이 바뀐 곳으로 안양루
             가 그 고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 안양루가 품고 있는 격조와 아름

             다움은 한국 사찰 건축의 백미라고 하고 싶다. 높은 처마 아래에 ‘부석사浮

             石寺’라고 쓴 고졸한 현판은 이승만(李承晩, 1875-1965) 대통령의 글씨이다.
             붓을 잡고 마음가는대로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쓴 글씨라서 꾸밈도 없고 거
             침도 없다(사진 4).

               안양루 아래에서 계단으로 올라서면 바로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는 무

             량수전無量壽殿이 눈앞에 나타나고 그 앞마당에 석등石燈이 진리의 빛을
             밝히며 세월을 지키고 서 있다. 무량수전의 기둥은 가운데를 불룩하게 깍

             은 엔타시스entasis양식으로 되어 있는데, 미술사학자 최순우(崔淳雨, 1916-
             1984) 선생이 격찬한 그 배흘림기둥이다. 이 기둥양식은 그리스시대와 로마

             시대의 고대 건축물에서도 자주 사용된 것이지만, 우리 것은 우리 고유의
             멋과 향기가 있다. 그 무량수전 옆에는 선묘善妙 낭자설화 속에 등장하는
             육중한 부석浮石이 바윗돌 위에 얹혀있다. 뒷 산도 바위들로 되어 있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수행과 기도는 모두 바위산에서 했다.


















             사진 3. 범종각과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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