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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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없던 친구였다// … // 그런 그도 세월을 어쩌지 못하겠는가 자꾸 찍
찍거리더니 가끔 기절까지 했다 의사를 불러 치료해 주었지만 늙고 병든
몸이라 백약이 무효였다// 할 수 없이 이별을 결심했다 애써봐야 돌이킬
수 없다면 헤어지는 것도 방법이었다 새 텔레비전이 들어오자 옛 친구는
금방 잊혀졌다”(「안녕, 늙은 텔레비전」) 집안의 가구는 차츰 바뀌었다. 누구나
겪는 이런 저런 다양한 인생의 굴곡[터널]을 거치며 화자는 세상의 이치를
점점 깊이 체회體會한다. 통과한 ‘터널’의 숫자도 많아졌다.
터널은 어둠의 길이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가는 고속도로
수도 없이 거푸 입 벌리고 있는
터널 속에서는 속도 제어가 안 된다
자동차들은 어둠에서 벗어나려고
꼬리에 불붙은 노루처럼 기를 쓰고 달린다
터널 뚫던 사내들이 그랬을 것이다
하나를 뚫으면 다시 맞대면해야 하는
막장, 그 막막한 어둠은
절망과 한숨의 은산철벽
그럴수록 어금니 악물어야 했다
땀 묻은 곡괭이질로 곰 굴 파듯 악착같이
파나가야 했다 다른 수가 없었다
그 끝, 손바닥만 한 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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