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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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롭지만 무미건조하고, 지혜 없는 방편은 삿되기 쉽다. 『유마힐소설경』이
             “방편 없는 지혜는 속박이며 방편 있는 지혜는 해탈이다. 지혜 없는 방편은
                                          6)
             속박이며 지혜 있는 방편은 해탈” 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혜와 방
             편이 적절하게 조화된 삶은 어떤 것일까? 시詩의 화자가 밝혀놓은 삶을 따

             라가면 알 수 있다. 화자話者의 일생은 「코스모스」와 「나의 여자관계」에서 시
             작된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허리가 가늘고 목이 길었습니다


                  원피스를 즐겨 입었는데

                  웃을 때는 하얀 이가 참 이뻤습니다



                  양산을 쓰고 둑길을 걸어가면
                  연한 분 내음이 났습니다




                  그 뒤를 따라가며 나는
                  죄 없는 돌멩이를 걷어차곤 했습니다      - 「코스모스」 전문 -


               “죄 없는 돌멩이를 걷어차던” 그의 행동은 ‘어릴 적부터 복잡한 여자관

             계’가 원인(?)일 수도 있다. “고백컨대 나는 여자관계가 좀 복잡하다// 할머
             니에게는 손자 외할머니에게는 외손자 어머니에게는 아들 백모 숙모 고모




             6)  『維摩詰所說經』(T14, 545b), “無方便慧縛, 有方便慧解; 無慧方便縛, 有慧方便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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