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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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에게는 조카 …… // 나를 여자 없이 못 사는 사내라는데 사실이다/
나는 이날 입때껏 뭇 여자의 치마폭에서 살았다 … // 알아봤더니 우리 집
안 내력이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 사촌들도 그렇다고 한다”(「나의 여자관계」) 그
래서 “죄 없는 돌멩이를 걷어차며” 여자 선생님을 뒤따라 걷는 소년이 되었
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점차 “살아서는/ 논매고 밭 갈고/ 등짐 나르고
달구지 끌고/ 자식도 몇 남 몇 녀씩 낳아 기르고// … //
부처와 예수도 걷지 않은 길/ 마른 눈물 참으며/ 혼자 걸
어간 소보다 더 소 같았던// 눈 뜨고 보면 절망/ 눈 감고
생각하면 또 그리운/ 아버지”(「성자의 길」)의 인생을 이해하
며, 본인도 성장했다. 결혼 뒤 때때로 아내의 감시도 받
았다. “한때 아내의 의심을 받은 적 있다 술 한 잔 마시
고 늦게 들어간 날은 양주였는지 막걸리였는지 냄새 맡
사진 3. 『고마운 아침』. 고 와이셔츠 벗어놓으면 지문 감식 하듯 살필 때도 있
었다 여자에게 전화 오면 바늘로 찌르듯 꼬치꼬치 캐묻
고 넥타이라도 선물 받은 날은 아귀 맞는 설명 못 하면
잠을 잘 수 없었다”(「그리운 질투」) 그러나 나이 들자 아내는 “변해도 너무 변
했다 … 애들도 떠났는데 늦둥이하나 만들어 오랴, 간 큰 농담을 해도 주
제 파악이나 하라며 비웃고 병들어 골골거리지 말아야 나중까지 살아주
겠다”(「그리운 질투」)며 화자話者에게 엄포까지 놓는다. 알고 보니 아내에게
애인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동건이었다
그러다가 배용준을 좋아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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