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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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편’마저 터득했다. 지혜와 방편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개살구나무를 살
린 불사佛事의 크나큰 의미까지 체득했다. 그러자 “어둠의 길”인 ‘터널’엔 광
명이 가득 찼고, 항상 존재했지만 보지 못했던 ‘참다운 진리[法身]’가 바로
옆에 다가와 있었다. ‘진신사리’가 무엇인지도 몰록 깨닫는다.
평생 쪽방에서 살았던 중국집 배달원이
교통사로로 사망했습니다
고아였던 그는 도와주던 고아들 명단과
장기기증 서약서를 남겼습니다 - 「진신사리」 전문 -
화자는 바로 옆(주변)에서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발견한다. 남송의 나대경
(羅大經, 13세기 초·중엽)이 편찬한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전하는 어느 비구니
스님의 오도시悟道詩처럼: “하루 종일 봄을 찾았으나 보지 못하고, 짚신 신
고 밭두둑의 구름만 부지런히 밟았네. 돌아와 웃으며 향기 가득한 매화나
무 가지 잡고 냄새 맡으니, 가지 끝에 봄이 이미 가득하네.” 매일 보던 정
7)
원의 매화나무 가지에서 ‘봄’을 찾았듯이 화자는 길에서 간혹 보았던 중국
집 배달원이 남긴 ‘고아들 명단’과 ‘장기기증 서약서’가 ‘진신사리’임을 깨닫
는다. 중국집 배달원에겐 음식을 제대로 열심히 나르는 것이 수행이었고,
수행의 공덕(급료)을 회향한 결과 출현한 ‘진신사리’가 ‘명단’과 ‘서약서’였다.
중국집 배달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며, 배달원이 남긴 ‘고아들
7) “盡日尋春不見春, 芒鞋踏破壟頭雲. 歸來笑捻梅花嗅, 春在枝頭已十分.” 『鶴林玉露』, 北京: 中華書局,
1983,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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