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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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이병헌 그다음은 장혁이라 했다
한때는 장사익만 듣다가
언제부터는 민우혁으로 바꾸더니
요즘은 낮이나 밤이나 임영웅만 찾는다
그사이 옛날 남자는
애인 자리에서 밀려나
이제는 찬밥을 넘어 쉰밥 신세
사랑은 날마다 변하고 달마다 변하는 것
모든 사랑은 추억으로만 남는 것
그 말, 씹을수록 쓰다 - 「아내의 애인」 전문 -
‘수많은 애인 때문에 남편에게 엄포 놓던’ 그 아내가 한 번은 동창회에
갔다가 일찍 돌아왔다. “누구는 반지가 크고 누구는 명품 가방을 들었고
누구는 은여우 목도리 둘렀고 누구는 주름살 펴 처녀 같아졌는데 자기만
으쓱할 게 없었다// 기죽지 않으려고 잘난 척하는 것들에게 한마디 했다고
했다// 개밥들아 잘 놀아라 도토리는 들어간다”(「개밥과 도토리」) 애인이 자
주 바뀌던 화자의 아내는 친구들 사이에서 도토리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개밥들을 버리고’ 집에 일찍 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아내와 사랑을 밀고 당기는 사이 텔레비전 등 가구들은 하나 둘
씩 삭아지고 있었다. “십몇 년을 같이 지내던 텔레비전을 명퇴시켰다 버튼
만 누르면 언제든 깨어나 세상만사 모르는 게 없는 것처럼 떠들던 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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