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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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눈을 감으면 볼 수가 없습니다. 또 눈알이 빠져 버린 사람은 더
더구나 볼 수가 없습니다. 눈 없는 사람이 어떻게 볼 수 있으며, 눈감고 무
엇을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인간이 지닌 본디의 능력, 본디의 시력은
눈을 뜨거나 감는 것과 관계가 없습니다. 눈을 떠야만 볼 수 있고 감으면
볼 수 없다는 것은 의식 세계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잠재의식을 거쳐 무의
식의 세계로 들어가면 눈을 뜨거나 감거나, 눈이 있거나 없거나에 관계가
없습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두 눈이 빠져 버린 사람도 무엇이든 다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본래의 시력이라고 캐논 경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험을 해 보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
데서 두 눈에 철판을 대고 수건으로 겹겹이 둘러 싸맵니다. 그런데도 무엇
이든 다 보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먼 거리에 있어도 모두 알아보는 것
입니다. 철판을 눈에 대고 보는데 멀고 가까움이 무슨 상관이 있을 수 있
겠습니까.
이런 것을 불교에서는 천안통天眼通이라고 합니다. 불교 경전에서 보면
천안이 가장 뛰어난 아나율(阿那律:Aniruddha) 존자라는 스님이 계시는데,
그는 수행할 때에 너무 졸음이 많이 와서 그것을 없애려고 전혀 잠을 안
자고 공부를 계속하다가 결국 두 눈이 멀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우
리가 흔히 말하는 눈, 곧 육안肉眼은 없어졌지만, 그 대신에 마음의 눈인
심안心眼이 열려 삼천대천세계, 백억세계를 손바닥의 구슬처럼 환히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아나율 존자의 천안에 견주면 요즈음의 200인치 망
원경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리하여 부처님의 십대 제자
가운데서 아나율 존자는 비록 육신의 눈은 없지만 천안이 가장 뛰어난 제
자가 된 것입니다.
캐논 경은 눈이 없거나 시신경이 완전히 파괴되어 절대로 회복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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