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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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도 하지만 공직에 나선 인물들의 과거에 대한 검증이기도 하다. 그래
서 언론들이 네거티브 선거라고 규정해도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과거에 관
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그
가 공약대로 할 수 있는지는 그가 살아 온 과거 행적이 말해주기 때문이
다. 따라서 후보들의 과거와 숨은 행적을 검증하는 것은 미래에 구현하겠
다는 공약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론 누구에게나 과거를 들추고, 현재 시점에서 평가받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걸어온 행적을 밝히고자 하지만 당
사자들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거나 부정하기 바쁘다. TV토론을 지켜보고
있으면 과거 나쁜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 하나 같이 ‘기억나지 않는
다’며 오리발을 내밀거나 때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또 다른 거짓말로 과거
를 덮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후보들이 보여주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고경』을 통해 살펴보고 있는 번
뇌심소 중에 두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바로 ‘부覆 심소’와 ‘광誑 심소’로 10
가지 소수번뇌小隨煩惱 가운데 네 번째와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심소들이
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심소는 선거과정에서 후보들이 내적으로 겪고 있
을 것으로 보이는 번뇌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부심소는 자신의 잘못을 숨
기는 것을 말하고, 광은 속이거나 거짓말로 둘러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이다.
숨기는 과정에 번뇌 생겨
디지털 장례식이라는 것이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대한 나쁜 정
보를 완전히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서비스처럼 자신의 부끄러운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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