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P. 125

『   』 제97호 | 거연심우소요 居然尋牛逍遙 7 |    봄날에 남해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사천 봉명산 다솔사
                                             보는 일은 일품이다. 그래서 남도南
                                             道에는 매화가 추운 겨울을 지나 얼

                                             굴을 내밀 때부터 매화를 찾는 사람
             일제 강점기                          들의 발걸음이 여기 저기 분주하다.

             민족의식 고취한                        섬진강을 끼고 활짝 핀 매화꽃을 보

             “ 욕계欲界의 정토”                     러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아마도 이
                                             런 연유이리라. 심춘간화尋春看花, 즉
             當年豪傑有何處
                                             봄을 찾아 꽃구경을 나선 것이다. 넉
             堂前樹風掃因緣                         넉한 지리산을 지나 남해안쪽으로 오

                                             면 한반도의 땅은 낮아지고 평화롭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다. 진주에서 광양으로 가든 광양에

                                             서 진주로 가든 봄날에 새싹의 푸른
                                             기운이 황토색 대지를 물들이며 펼쳐
                                             지는 한가로운 풍경은 유년幼年의 느

                                             린 시간을 떠올리게 하면서 왠지 익

                                             숙하다.
                                               봄날의  나른함에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아무데나 누워있고 싶어진다.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잠시라도 등을

                                             붙여보면 그야말로 하늘을 이불삼고
                                             천하를 집으로 삼아 누워 있는 것 같
               정종섭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전 서울       다. 조선시대 무애자재無碍自在의 전
               대 법과대학 학장, 전 행정자치부 장관.
               『헌법학 원론』 등 논저 다수.             설로 남아 있는 진묵(震黙, 1562-1633)



                                                                         123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