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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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를 얻어 금당을 중건하였고, 관음전은 도의 화상이, 명부전은 석일釋
一 화상이, 응향전凝香殿은 국헌國軒 화상이, 향적전香積殿과 국사전國師殿은
학열學悅 화상이, 열반당은 신특信特 화상이, 국사전 정문과 사천왕각 및 식
당은 비구니 총지摠持 화상과 신원信遠 화상이, 팔상전은 지총志聰 화상이,
종각은 영원靈遠 화상이 각기 분담하여 중건하고 중수하였다.
그와 동시에 도인 화상은 청련암靑蓮庵을 창건하고, 탁근卓根 화상은 서
운암瑞雲庵을 창건하였다. 1725년 영조(英祖, 1724-1776) 1년에는 성희性熙 화
상과 관신寬信 화상이 명부전을 이건하고 단청하였으며, 성희 화상은 괘불
을 중수하였다. 모두 유정 대사의 위 글에서 전하는 내용이다. 이 당시에 보
경사는 사세가 가장 컸다고 한다. 숭유억불崇儒抑佛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였
음에도 사정이 이러하였다.
영산전 앞마당에는 그 유명한 ‘원진 국사비圓眞國師碑’가 비각의 보호를 받
으며 서있다(사진 6). 이 비는 귀부龜趺에 비신碑身만 있고 이수螭首는 없다.
거북의 등에 있는 육각형의 모든 무늬에는 왕王자가 새겨져 있다. 비신의 상
부는 양쪽 끝이 45도 각도로 접혀진 형태라서 이런 비의 형식을 ‘귀접이 형
식’ 즉 ‘규수형圭首形’이라고 한다. 이 비는 일제 강점기이후로 계속 방치되어
있었는데, 1979년에 와서야 비각을 세워 보호하기에 이르렀다. 팔상전 뒤로
절의 담 사이로 난 문을 지나 산으로 200미터 정도 서서히 오르막길을 따
라 올라가면 자연석으로 된 5개의 석축과 계단을 지나게 되는데 맨 위에 보
경사 승탑인 ‘원진 국사 부도圓眞國師浮屠’가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
원진 국사 부도는 전형적인 팔각원당형八角圓堂型 승탑인데, 탑신석, 옥개
석, 기단부 평면 모두 팔각형을 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세워진 승탑의 대부분이 이러한 팔각원당형 승탑이다. 화려하고 장중하며
위엄이 있는 구조이다. 송광사松廣寺의 16국사 승탑도 마찬가지인데, 원진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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