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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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은 비록 아름다우나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입니다.’
           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는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덕만이 대답하기를,

           ‘이 꽃의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는 까닭에 그것을 알았습니다. 대체로 여
          자가 뛰어나게 아름다우면 남자들이 따르는 법이고, 꽃에 향기가 있으면
          벌 나비들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 꽃은 아주 아름다우나, 그림에 벌과 나

          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는 꽃이겠습니다.’ 꽃씨를 심어 보았더니 과

          연 말한 것과 같았다. 덕만의 앞을 내다보는 식견이 이와 같았다.”                  1)


           물론 이 기록은 여성으로서 최초의 여왕이 될 만큼 선덕이 지혜로웠다

          는 일화입니다. 그런데 정말 모란에는 향기가 없는 걸까요? 우리는 진짜 모

          란을 보기 전까지는 모란꽃에 향기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역사책에서 그
          렇게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모란꽃에는 품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
          만 분명 향이 있습니다. 스스로 꽃향기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

          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왜 『삼국사기』에는 향기가 없다고 적어 놓았을까요? 『삼국사기』를 편찬한
          사람들이 원전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삼
          국사기』를 김부식이 썼다고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지만 사실은 김부식은 편






          1)  『三國史記』 券第五, 「新羅本紀」 第五, 「善德王  眞德王  太宗王」: “善德王立, 諱德曼, 眞平王長女也. 母
           金氏摩耶夫人, 德曼性寬仁明敏. 王薨無子, 國人立德曼. 上號聖祖皇姑. 前王時, 得自唐來牡丹花圖幷花
           子, 以示德曼. 德曼曰: ‘此花雖絶艶, 必是無香氣.’ 王笑曰: ‘爾何以知之.’ 對曰: ‘圖花無蜂蝶, 故知. 大抵
           女有國色, 男隨之; 花有香氣, 蜂蝶隨之故也. 此花絶艶, 而圖畵又無蜂蝶, 是必無香花.’ 種植之, 果如所
           言, 其先識如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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