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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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입니다. 어떤 책이든지 그 책이 써진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배경을 궁리
          해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책은 항상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며 그 일부는 믿
          되 전부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모란을 보면서 우리는 책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은 장미와 함께 흐드러진 꽃잎이 너무나 수려하여 사람을 취하게 합

          니다. 중국에는 꽃잎이 300장도 넘는 모란이 있어 보는 사람을 숨넘어가
          게 합니다. 꽃 한 송이가 피워내는 화려함에서 모란만한 꽃은 이 세상 어
          디에도 없습니다.

           사진 속 모란꽃잎을 한 장 한 장 직접 세어보니 16장이었습니다. 하늘하

          늘한 16장의 꽃잎이 만들어내는 화려함은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합니다.
          “모란꽃 밑에서 죽으면 귀신이 되어도 풍류가 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흐
          드러지게 핀 모란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언젠가 꽃이 떨어지는 줄 알고 봅

          니다. 세상 또한 이런 것인가, 내일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부귀나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도 모란꽃을 보면서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게 됩니다.
           예로부터 다실을 장식하는 꽃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꽃은 쓰지 않았습니
          다. 너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이 다실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실에서는 동백꽃도 꽃봉오리만 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봄날 한 때, 모

          란도 꽃봉오리라면 다실에 꽂아두고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모란꽃을 보기에는 오전 10시가 가장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후가
          되어 꽃이 지나치게 피면 아름다움이 오히려 생기를 잃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말들은 다 경지가 있고 함축성이 있는 말이라 스스로 가만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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