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P. 77

볼 만합니다.
               모란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시가 있고, 너무 많은 그림이 있고, 이야기
             또한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

             기까지는」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듯합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4)



               12행의 짧은 시이지만 유려한 가락 속에 모란의 희로애락을 남김없이 담




             4) 김영랑, 『영랑시집』, 詩文學社, 1935.


                                                                          75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