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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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만, 우리는 밤낮으로 언제든 핵융합 반응을 볼 수 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며 물이 증발하여 비가 내리는 등 지구에서 일어
나는 모든 순환은 태양 에너지 때문에 가능하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빛
에너지를 탄수화물로 고정시킨다. 이것이 생명세계 전체가 활동하는 에너
지를 공급하고 일부는 화석연료의 에너지로 저장되기도 한다. 태양에서 일
어나는 핵융합 반응이 없었다면 생명 현상을 유지할 수도 없었겠지만, 최
초의 생명체의 탄생이나 생명의 진화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핵융합반응으
로 태양의 질량이 사라지면서 생긴 에너지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핵반응에서는 질량이 에너지로 변하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지만, 쌍생성
과 쌍소멸에서는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하고 질량이 에너지로 변하는 양방
향의 변환을 모두 볼 수 있다. 에너지와 질량이 동등함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예다. 없었던 물체가 생겨나고 있었던 물체가 사라지는 사건이 우
리 주변에서 매 순간 일어난다.
궁극적 물질도 연기緣起다 우리 세계의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의 변치
않는 자성自性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오직 인연의 모아짐에 의
해 나타났다 인연의 흩어짐에 따라 사라진다.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연緣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무아無我이고, 이에 따라 생멸하므로 무상無
常이다. 이렇게 무아이고 무상이어서 오직 연기일 뿐이니 공空이다. 그래서
색즉시공이다.
그 모두를 인정한다 해도, 전자와 같이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인
존재는 영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쌍생성과 쌍
소멸은 전자마저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양전자를 만나기
만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전자가 아주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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