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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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발전에 공헌하였고, 선禪 수
             행과 교학으로 불교계를 지탱
             했던 고승들의 사상이 소멸되

             어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의  불교사  인식의  기초는
             이러한  혼란한  시대에  이미
             추락해버린 조선불교를 부흥

             시키는 것이었다. 사실 불교계

             는 그동안 조정과 유학자들의
             지속적인 탄압으로 지극히 어
             려운 세월을 겪고 있었다. 그

             러나 전란을 경험하고 난 이

             후 스님들의 참전과 희생으로              사진 2. 『대둔사사적』.
             사회적 평가는 긍정적이었고,
             불교계는 잠시나마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잊혀져간 조선불

             교의 역사는 재조명되어 불교계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아의식을 성장시켰다.
               해안이 정리한 고대불교사는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조선불교사를 인
             식하고자 했다. 사적기는 신라불교를 중심으로 한 고대불교사에 관한 내용

             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불교 전래와 홍포弘布, 스님의 전기傳記, 사찰의

             창건과 중건 등 전반적인 고대불교사가 중심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개인
             적 찬술 경향의 결과지만, 전란의 영향이 강렬하게 작용한 듯 하다. 예컨대
             조선불교사의 유구한 흐름을 중국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거나 전

             란 이후 자아의식의 형성으로 중국사와 한국사가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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