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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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다른 사적기보다 약 100년 후에
             편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략한 편이
             지만, 내용은 다양하다. 이전의 『불국사

             사적기』 기록을 동은東隱이 편찬하면서

             수정과 증보를 시도한 때문인 것으로 해
             석된다. 그러나 각 사적기가 시기를 달
             리하여 찬술되었지만, 구성이나 내용이

             유사하거나 거의 동일하다.                       사진 2. 『불국사고금창기』 본문.

               비록 사찰과 그 지역의 연혁이나 전각의 중건 그리고 부속 암자와 같은
             사찰 고유의 면모는 다르지만, 찬술 동기부터 석존釋尊의 생애나 불교의 동
             전東傳, 삼국불교의 시초와 선종 전등과 같은 일반적인 불교사에 대한 기

             술은 동일하게 정리되었다. 아울러 각 사찰과 관련된 인물들의 전기 또한

             동일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대둔사와 화엄사 그리고 불국사가 대둔사 화
             엄사와 함께 같은 해인 528년에 창건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사찰명과 법
             흥왕의 재위 연도, 그 간지干支가 차이를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동일하다.

               또한 사적기의 구성이 대부분 우리나라 고대불교사로 편중되어 있다. 삼
             국의 형세나 원효·자장·의상·아도와 같은 우리나라 불교 초전기 신라의
             승전僧傳과 삼국의 불교 전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 태조의 훈

             요십조訓要十條 가운데 불교 관련 항목이나 공민왕의 왕도王道와 불도佛

             道에 관한 견해를 담은 기록과 사찰의 조선시대 중건 사실을 제외하면 나
             머지가 모두 고대의 기록인 것이다. 사적기가 이와 같이 고대불교사 기록
             을 수록하고 있는 것은 당시에 찬술된 일반 역사서가 자국自國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지닌 정체성을 표방하기 위해 고대사를 적지 않게 수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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