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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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만 존재했던 생명체가 4억3천만 년 전에 육지로 진출할 수 있었다. 현존
하는 40km 두께의 오존층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구 생명이 만든
것이다.
무아無我의 연기緣起 - 존재자와 시공간, 존재자와 환경 아인슈타
인 이전에는 시간과 공간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보았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서로 넘나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 Wheeler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km와 마일 사이의 관계로 비
유하기도 했다. 물론, 인과율causality이 성립해야 하므로 시간과 공간은
분명 차이가 있다. 명백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연
기緣起한다. 시간과 공간은 각각 그 자체로 주어질 수 없다. 그래서 시공간
space-time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시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단순 합이 아니
다. 서로 넘나드는 것이어서 둘로 나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전체를 의미
한다.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시간과 공간을 우주의 배경이라고 생각했다. 변하
지 않고 고정된 것이었다. 그 자체로 주어진 것이었다. 존재자와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상대성 이론은 시공간이 존재자와의 연관과 의존 속
에서 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는 우주 안의 존재
자들만이 서로 의존하고 연관의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다. 존재자와 배경
까지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시공간도 존재자와 연기緣起한다. 시공간
마저 그 자체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시공간도 무아이고 연기緣
起한다.
자연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배
경일 뿐이다. 45억 년 전에 생긴 이후 변하지 않는 고정된 배경이다.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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