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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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9호 | 거연심우소요 居然尋牛逍遙 9 | 해가 넘어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
서산 상왕산 개심사
았다. 시간을 재촉하며 버스가 다니
는 신작로新作路에서 길을 꺾어 사하
촌寺下村을 지나 절 입구까지 와서 차
상왕이 몸 흔드니 에서 내렸다. 양쪽 손에 끈으로 가득
마음이 눈을 뜨네 묶은 책을 들고 작은 자갈들이 발에
象王翻身山河動 밟히는 흙길을 따라 걸었다. 절은 보
開心門衆無異獸 이지 않고 소나무들만 산 속으로 들
어가는 길 양 옆으로 울창하게 늘어
서 있었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가운데 절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보이는 곳으로 다
가가니 조그만 돌에 ‘세심동洗心洞’이
라 새겨져 있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동네 이름이었다. 마음을 깨끗이 하
는 동구, 세속의 진애를 깨끗이 떨어
버리는 동네! 어떻게 동네 이름을 이
렇게 멋있게 지었을까 하며 감탄을 연
발하는 사이에 참으로 이 동네에 잘
왔구나 하며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
다. 순간 책 짐이 무거운 것도 잊었다.
개심사로 올라가는 돌계단은 자연
정종섭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전 서울 그대로의 산길에 경사가 높은 곳을
대 법과대학 학장, 전 행정자치부 장관.
『헌법학 원론』 등 논저 다수. 돌계단으로 쌓아 놓아 흙을 밟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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