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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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상왕산 개심사’. 해강 김규진 서 현판.

          돌을 밟다가 하면서 걸어 올라갔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해미海美에서 내
          려 다시 차를 타고 서산으로 오느라 지친 몸이었지만 저녁 무렵의 솔숲 돌

          계단 길을 걸어 올라가는 것이 도리어 산 공기만큼이나 상쾌했고, 이미 세

          심동에 들어서며 마음을 깨끗이 씻은 몸이니 아수라 같은 세속을 이제 완
          전히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개울 물 소리를 들으며 나무가 울창한 산
          길을 한참이나 밟아 사역으로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크기의 현판에 힘찬

          글씨로 일필휘지한 ‘상왕산 개심사象王山開心寺’라는 글자가 사람을 압도하는

          힘으로 누각에 걸려 있었다(사진 1). 와~~ 개심사! 마음을 여는 절. 심안心
          眼이 열리는 절. 동네에서 마음을 씻고 산길을 올라오니 바로 마음이 열리
          는 곳에 들어 왔다. 정말 벌써 마음이 확 열린 것 같았다. 다시는 속세로 내

          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한 철 이곳에서 공부하였다. 내가 난 생

          처음 개심사를 찾아간 날이었다. 세심동의 그 개심사! 얼마나 품격 있고 아
          름다운 이름인가. 그 후에도 서너 차례 개심사를 찾았다.
           개심사는 충남 서산군 운산면 신창리에 있다. 서해안에 있는 태안반도에

          서 내륙으로 조금 들어오면 만나는 곳이 서산지역이다. 태안반도의 복잡한

          해안선을 보면, 옛날에는 바닷물이 지금의 서산시까지도 들어왔던 것 같다.
          이것이 점점 내려가 지금은 해안선이 조금 멀리 내려가고 땅이 더 넓어 졌
          다고 보인다. 서산에는 신라 말기 부성군富城郡 태수太守를 지냈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 선생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부성사富城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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