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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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런 장소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돌이나 흙은 땅에 머무르려고
하고, 가벼운 불이나 연기는 하늘에 머무르려고 하며, 별은 천상에 머무르
려고 한다. 자연스러운 장소에 머무르는 자연스런 상태에서 물체는 정지한
다. 정지해 있는 물체가 움직이려면 이를 밀어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물
체를 미는 작용이 사라지면 물체는 정지한다고 생각했다. 요약하면, 자연
스러운 장소에 정지해 있는 것이 자연스런 상태이며, 이 상태에서 물체가
운동하려면 무언가의 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갈릴레이는 속도가 변화하려면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
리스토텔레스가 정지한 상태와 움직이는 상태를 서로 다르게 보았다면, 갈
릴레이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와 속도가 변하는 상태를 서로 다
르다고 보았다. 정지한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힘이
라면, 물체의 속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갈릴레이의 힘이다. 그러므로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움직이는 물체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이것이 뉴턴
역학의 제1원리인 관성inertia의 법칙이다.
물리학에서의 이상화 관성의 법칙은 힘이 작용하지 않는 상황을 전
제한다. 이게 문제가 된다. 우주의 어느 지점에서도 완벽하게 힘이 사라지
는 장소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주 공간엔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지
점이 존재하기도 하고, 추락하는 승강기 안에서는 중력의 효과가 완벽하
게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힘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중력
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으므로, 뉴턴역학의 출발점인 관성의 법칙을 지
상에서 엄밀하게 확증confirmation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 갈릴레이는 어떻게 관성의 법칙을 찾아냈는가? 힘이 작용하지 않
는 상황을 만들 수 없었으므로, 힘이 없으면 속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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