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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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 절약을 실천하는 길이다. 아끼고 독점하면 더 많이 생산해야하지만 골
          고루 나누면 필요한 만큼 적정하게 생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며 뺏기지 않으려고 하면 우리

          의 마음은 비루해진다. 그래서 간심소에 대해 ‘비루하게 비축함[鄙畜]’을 작

          용으로 삼는다고 했다. 떠도는 말 중에 ‘나이가 들수록 말은 줄이고 지갑
          은 열라.’라는 말이 있다. 인격은 자신의 것을 베풀고 나눠 갖는 아량에서
          나오는 법이다. 누구도 인색한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

          에 대해 집착하면 물질은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인품은 지킬

          수는 없다. 움켜쥐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비루함이 묻어나
          기 때문이다.
           물론 아끼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수행의 기본은 욕심을

          줄이는 것이며, 보시 받은 물품을 아끼는 것이다. 근검절약하고 ‘맑은 가난

          [淸貧]’을 실천하는 것이 수행자의 삶이다. 그런 삶에 대해 영가 현각 스님
          은 ‘수행자의 몸은 가난하되 마음은 가난하지 않다[身貧道不貧]’고 했다. 성
          철 스님 또한 수채에 기름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대중들을 불러 모아 호

          통을 치시고, 구정물을 다 함께 나눠 마시게 했다는 것은 전설이 되었다.

           수행자들은 한 톨의 밥알이라도 버려질까봐 발우를 깨끗이 씻어먹는다.
          이는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수행자의 기본적 덕목이기 때문이다. 비단 수
          행자가 아니더라도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우리의 삶에서도 무엇이든 절약

          하고, 최소 소비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덕목으로 떠올랐다. 이런 맥락

          에서 보면 좋은 의미에서 물건을 아끼고 절약하는 것은 번뇌가 아니며 오
          히려 물질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번뇌심소에서 말하는 인색함과 절약은 그 성격이 전혀 반대임을 알 수

          있다. 절약이 함께 나누고 공유하며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면, 인색함은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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