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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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베푸는 것에 머뭇거림이 많아 숨기고 축적하는 것이다. 가진 것에
             탐착하면 당연히 그것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애지중지하게 된다. 그런 마
             음 때문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거나 공유하지 못하고, 남몰래 숨

             겨 두고 축적하는 일에 골몰하게 된다. 작게는 비자금을 만들고, 크게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공금을 빼돌리는 것들이다. 이렇게 행동하는 사
             이 마음은 졸렬해 지고, 삶은 비루해지는 법이다.
               『아비달마품류족론』에서는 간심소에 대해 “마음이 비루하고 인색한 것

             [心鄙吝]”이라고 했다. 비루하게 보일만큼 가진 것에 집착하고, 작은 것에도

             벌벌 떨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끼는 대상에 대해 ‘탐착재법耽著財法’
             이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아끼는 것이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법法’
             도 포함시키고 있다. 법이란 불법과 같이 진리를 의미하지만 좀 확대하면

             자신의 지식이나 노하우 등 정신적 자산으로 확장할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나누지 않고 비법이라며 자신만 알고 있는 것도 인색
             한 마음에 해당한다.
               재화가 아무리 풍족해도 나누지 않고 소수가 축적하면 부족해지기 마련

             이다. UN인권위원회의 특별조사관으로 일했던 장 지글러는 120억의 인구

             가 먹고 남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세계인의 절
             반이 굶주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국들이 축적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이런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재앙이 닥쳐오자 각국

             의 사람들은 생필품을 사재기하거나 뜬금없이 휴지를 사재기하는 기현상
             을 보였다.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닌데 두려움 때문에 상품을 사재기 하면
             서 생필품 부족이 초래되었다. 함께 나누고 베풀면 재화의 효용은 올라가

             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색함을 버리고 서로 나누고 베푸는 것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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