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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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행여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내게 될까봐, 남들이 나 보다 더 혜택을
          받을까봐 작은 것들에 연연하며 그야말로 쪼잔한 삶을 살고 있다. 문제는
          내가 가진 것들이 똥이 된 뒤에 밀려오는 공허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다. 가진 것들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고, 마음이 인색하면 그 자체로 스

          트레스와 번뇌가 되고, 삶의 과정이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번 호에 살펴
          볼 번뇌심소는 바로 이 인색한 마음에 관한 것이다.



            인색이라는 번뇌



           51가지  심소  중에  소수번뇌小隨煩惱  심소의  열  번째  항목은  ‘간(慳,
          mātsarya)’ 심소이다. 여기서 ‘간’이란 ‘인색한 마음 작용’을 말한다. 자신이

          소유한 재산, 사회적 지위, 명예, 수행을 통해 얻은 ‘증과證果’ 등에 집착하

          여 아끼려는 마음을 말한다. 크게 보면 간심소는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한
          욕심의 일종이므로 삼독의 하나인 탐貪심소의 일부분으로 분류된다. 『성
          유식론』에서는 간심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재물과 법에 탐착하여[耽著財法] 베풀지 못하고 감추고[不能慧捨] 아
              끼는 것이 본성이다[祕吝為性]. 인색하지 않음을 방해하여 비루하게
              비축하는 것이 작용이다[鄙畜為業]. 인색한 사람은 마음에 비루한

              머뭇거림이 많아[心多鄙澀], 재물과 법을 축적하고[畜積財法] 주지 못

              하기 때문이다[不能捨故].”


           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재물과 법에

          탐착하는 것이고, 둘째는 남에게 베풀지 못하고 비루하게 감추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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