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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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취에 빠져들면 그야말로 심춘탐매尋春探梅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송담松潭(1927- ) 대화상은 매화를 두고 의미심장한 게송을 읊
          었다. ‘尋春莫須向東去, 西園寒梅已破雪’, 즉 ‘봄을 찾으러 반드시 동쪽으로

          갈 필요가 없느니라. 이미 서쪽 정원에 추운 겨울을 이겨낸 매화가 눈을 뚫

          고 나와 있으니.’ 속세의 인간들은 봄이 되면 모두 매화를 보러 간다고 너도
          나도 동쪽으로 가기에 매화를 보고 싶은 자네도 덩달아 동쪽으로 가려고
          할지 모르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자네 집 서쪽 마당 정원에 이

          미 겨우내 북풍한설을 이겨낸 매화나무 한 가지가 쌓인 눈을 뚫고 꽃이 피

          워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봄이라고 하여 굳이 매화를 보러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차실에 꽂아둔 일지매에도 꽃이 있거늘. 굳이 방안에

          꽃이 없어도 좋다. 심안心眼으로 이미 매화를 보면 된다. 달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 왜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쳐다보고 있느냐 하는
          말이다.
           칠불사七佛寺(사진 1)는 지리산 반야봉般若峰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쌍

          계사雙磎寺와는 그리 멀지 않다. 칠불사가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

          다. 가락국 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101년에 가야산에서 이곳으로 와 운상
          원雲上院을 짓고 수도생활을 한 다음 모두 동시에 성불하였다는 전설이 있
          기도 하고, 「칠불선원사적기」에는 신라 지마왕祗摩王(112-134) 8년인 119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하기도 한다. 일곱 왕자 이야기는 이렇다. 가락국 수로왕에

          게 아들이 10명 있었다. 한 사람은 태자가 되고 두 사람은 어머니인 허 황
          후의 성씨를 잇게 하였다. 나머지 7사람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외삼촌인 장
          유 보옥長遊寶玉 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출가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일

          곱 왕자는 가야산, 수도산修道山, 와룡산臥龍山, 구등산九等山 등을 거쳐 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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