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P. 150
에 나누어 네 곳에 부도를 세웠다. 현재 해인사 국일암國一庵 부도원에도 부
휴 선사의 부도탑이 있는 것은 이런 일로 말미암는다.
1826년 순조純祖 26년에는 대은大隱(1780-1841) 선사가 영암 도갑사에서 스
승인 금담金潭 장로와 함께 칠불사에 와서 아자방에서 『범망경梵網經』에 의
지하여 용맹기도를 하던 중 부처님의 이마에서 5색 광명이 나와 대은 율사
의 정수리에 비추는 가피를 받아 드디어 서상수계瑞祥受戒가 이루어져 스승
인 금담 장로가 제자인 대은 율사에게서 보살계와 비구계를 받았다. 이로
써 자장 이후 끊어졌던 해동계맥이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고, 금당 율
사에 이어 초의草衣 선사禪師에게로 그 맥이 이어져갔다. 이러한 맥은 범해,
선곡, 용성龍城, 동산, 석암, 고산 스님으로 이어져 해동계맥의 중흥기를 맞
이하게 되었다.
칠불사 부도 밭에 백암당, 추월 조능, 무가당, 제월 통광 네 화상의 부도
가 있다(사진 5). 이 가운데 평평한 판석으로 되어 있는 것이 추월 조능 화상
의 부도이다. 이것이 부도가 된 것은 조능 화상이 정진 수도 중 앉은 채로 입
적을 하였는데, 제자들이 그대로 좌탈한 스승을 바로 화장하기가 그러하여
일단 옹기에 넣어 묻어 두고 3년 후에 다시 탈골이 되면 화장을 하기로 하였
다. 그래서 그 위에 판석을 덮어 두었다. 그런데 3년 후 제자들이 그 판석을
치우려고 할 때마다 호랑이가 나타나 일체 접근할 수 없게 하여 지금까지 그
대로 있어 사실상 그 판석이 부도로 되어 있는 셈이다(사진 6). 칠불사에는 조
능 선사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기 스님들 사이에 전해온다. 그 후 칠불사의
명성은 천하에 높았으니, 다승茶僧 초의 선사도 이곳에서 『다신전茶神傳』을
저술했고, 용성, 석우石牛, 금오金烏 선사들도 이곳 선방에서 수행하였다.
1907년 의병 봉기 때 퇴락하였던 당우들을 서기룡徐起龍 화상이 중수하였
으나, 1949년 여수·순천 사건으로 이 절이 완전히 불타 버렸다. 1965년 이후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