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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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에 = 부텨님이 이 경 설하시든 그
·사위국 = 부텨님 탄생하신 나라 일음
·긔수급고독원 = 공원 일음
·비구승 = 출가한 남자 승려
권상로는 경전의 대문大文을 순 한글로 풀이하고, 각 어휘의 뜻을 병기
하여 이해를 도우며, 부호를 사용하여 독자들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사람 이름, 술어, 땅 이름, 해석표 등 네 가지의 부
호 사용은 외래 종교 경전이나 외국 서적의 표기원칙에서 영향을 받은 것
으로 추정된다.
『불설무량수경』에서 뽑은 「법장비구 사십팔원」(2호)은 순한글 직역의 경
향은 동일한데, 『미타경』에서 사용하던 기호는 모두 없앴으며, 새로운 불교
어가 나올 때마다 쌍행(두 줄)으로 풀이한 점이 앞의 경우와 다르다. 정각,
삼악도, 숙명, 나유타, 천안, 천이, 타심지 등 모두 42개의 불교어를 한글
로 평이하게 풀이해 놓았다. 이는 이능화의 불교용어 풀이(「불교술어」, 2호)
에 여전히 국한문 혼용의 ‘~니라’체를 답습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양상
이다.
백용성과 권상로는 국한문 현토 해석의 병용 여부의 차이, 역해와 직역
이라는 번역 방식의 차이가 있으나, 순한글체 번역과 개별 어휘의 평이한
풀이를 통해 대중의 이해를 적극 돕고 있다는 의미에서 당시 경전의 한글
화를 통한 불교대중화 운동의 최전선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석존의 일대기를 번역한 글도 주목된다. 「석가전」은 근대 일본의 문
학평론가인 다카야마 조규高山樗牛(1871-1902)의 같은 제목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원 저자인 다카야마는 당대 청년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문학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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