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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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위치를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위치를 변화시
키기 때문이다. 위치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불확정성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양자역학은 측정 대상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것을
포기한다. 전자의 위치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전자구름electron
cloud처럼 확률 분포로만 표시된다.
측정 행위가 대상의 상태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도 있다. 양자암호가 그렇다. 두 사람이 양자통신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
이 주고받는 양자를 가로채서 통신 내용을 도청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하
자. 그러나 측정에 필요한 정보를 완벽하게 알지 못하면, 양자를 가로채더
라도 측정으로 정보를 알아낼 수가 없다. 더구나 측정을 시도하면 양자 상
태가 달라지므로, 도청의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이 흔적을 감지하
여 도청된다는 사실을 실시간적으로 알 수 있으므로, 완벽하게 안전한 양
자암호통신이 가능해진다.
이중성 측정과 관련되는 문제로,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duality을 살펴
보자. 빛은 간섭과 회절을 하므로, 전통적으로 파동이라고 여겨졌다. 그러
나 흑체복사, 광전효과, 컴프턴 효과처럼 빛을 입자라고 해야만 설명되는
현상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므로 양자역학은 빛을 입자라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이전에 입자라고 생각했던 전자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회절
무늬를 나타내면서 파동처럼 행동한다. 그러면 빛이나 전자는 파동인가 아
니면 입자인가?
고전물리학에서 입자인 전자는 파동일 수 없고, 파동인 빛은 입자일 수
없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입자와 파동은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다. 그러
나 양자역학에서는 입자라고 여겨졌던 전자가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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