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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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으로 여겨졌던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어떤 상황 혹은 어떤
          맥락에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때로는 파

          동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이를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
          이라고 한다.



          상식의 세계와 양자의 세계     광전효과란 빛을 쪼이면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원자에 갇혀 있던 전자가 빛 에너지를 받아서 원자를 탈출하고,

          이 자유전자가 움직이면서 전류가 나타난다. 만약 빛이 파동이라면, 아주

          오랫동안 빛 에너지를 모아야 전자가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빛
          을 쬐고 10억 분의 1초가 지나기 전에 전자가 튀어나온다. 빛 에너지가 파
          동처럼 공간에 퍼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입자처럼 한 점에 모여 있다가 고

          스란히 전자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광전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 순간 빛이 입자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바로 그 빛은 그보다 아주 조금 전엔 파동처럼 행동했을 수 있다. 그러므
          로 어느 순간 입자로 행동한다고 해서 그 빛이 입자여야 하는 것은 아니

          다. 입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순간 입자처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

          으로 충분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상식적 세계관을 벗어난다.
           상식적 세계관은 잔고 확인과 같다. 백만 원의 잔고를 확인한다는 것은
          확인 전에 백만 원이 계좌에 있었다는 것이다. 잔고 확인도 일종의 측정이

          다. 이처럼 거시세계에서 측정은 측정 이전의 상태가 무엇인지를 말해 준

          다. 이 명백한 일이 양자역학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입자로 측정되더라도 조금 전에도 입자라고 할 수는 없다. 측정하
          기 전에 입자여서 입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자이기 때문

          에 입자처럼 행동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그 맥락에서 입자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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