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P. 147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징관澄觀의 『대화엄경책략大華嚴經策略』에서는 부처
             의 명칭인 ‘석가모니釋迦牟尼’에서 석가를 능인能仁으로, 모니牟尼를 적연寂

             然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부처는 고요한[寂黙] 동시에 인을 행하는[能
             仁]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보면 담사동이 “인은 고요하며 움직이지 않

             고, 감응하여 마침내 천하의 모든 일에 통하는 것이다.”라고 한 언급은 인
             을 고요함[寂然]과 인을 행하는[能仁] 의미를 지닌 불교적 개념으로 해석하
             였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담사동은 인仁에 유학적 사유와 불교적 사유를 결합하여 해석

             하고 있고, 이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인에 대한 학문은 불교 서적으로는 『화엄경』과 심종心宗, 상종相宗의 책
             에 통한다. 서양 서적으로는 『신약성서』와 수학, 격치格致, 사회학 서적에

             통한다. 중국 서적으로는 『주역』, 『춘추공양전』, 『논어』, 『예기』, 『맹자』, 『장

             자』, 『묵자』, 『사기』 및 도연명, 주무숙, 장횡거, 육자정, 왕양명, 왕선산, 황
             이주의 책에 통한다.”
               결국 자신의 학문의 근간이 된 것은 유학에 해당하는 공자, 맹자 및

             주무숙, 장횡거, 육자정, 왕양명, 왕선산, 황이주의 철학이고, 불교로는

             화엄과 선불교, 유식불교를 망라하고 있다. 그 두 축이 중심이 된 상태
             에서 서양의 기독교, 수학, 인식론, 사회학의 지식과 중국 전통의 도가사
             상 등을 보충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정치적 개혁사상을 정립하고자 하였

             던 것이다.













                                                                         145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