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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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영국사의 삼장탱(1772년)이다. 화면의 상단에 천장·지장·지지의
삼장이 정삼각형에 가까운 구도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구도는
봉안하는 장소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천장보살을 주축으로 하
는 삼장보살의 세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또한 천상교주라는
천장보살의 성격과도 부합되어 제일 윗부분에 배치하고, 그 아래에 각각
천장보살의 왼쪽에는 지상교주인 지지보살을, 오른쪽에는 명부교주인 지
장보살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삼장을 1존씩 각 폭으로 조성하여 한 화면에 나타
내는 구성으로 <사진 5>의 청곡사 삼장탱(1873년)이 대표적이다. 중앙은 지
지보살이 배치되어 있는 특이한 구도인데, 지지보살의 권속으로 대범천과
제석천을 위시해서 호계대신·복덕대신·산신·조왕 등 지부중地部衆을 나
타내었는데, 지지보살이 두 손을 들어 노사나불과 같은 수인을 보이고 있
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모습이다. 좌측의 천장보살은 4보살 중 2위
를 비롯하여 천부중天部衆인 제천대중을 그렸고, 우측은 지장보살과 함께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을 그리고 명부중冥府衆인 10대왕, 판관, 귀왕, 사자
등을 나타낸 형식이다.
삼장신앙을 나타내는 삼장탱에서는 지장보살을 제외한 두 보살에 대해
서는 경전이나 여타의 논소論疏에서 그 근거를 찾기는 어려우나 『화엄경』의
이치에 입각한 화엄신중으로 포용되어 성립한 것이므로 대승불교의 신앙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한국 고유의 신중탱이라는 측면으로 보아도 그 의
의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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