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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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다. 뒤의 두 숫자가 앞의 3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뒤의 두 수가 들
어올 수 있는 것은 3이라는 숫자도 무아이기 때문이다. 303이 무아無我의
상입相入하는 연기緣起이다.
연기를 보면 법을 본다 서까래와 위치와 303처럼, 우리가 아는 모든
것에는 다른 모든 것이 들어와 있다. 의상스님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
含十方, 하나의 작은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다 들어 있다고 하셨다. 작은 티
끌에도 온 세상이 다 들어와 있으니, 내 안에도 시방삼세가 다 들어와 있
을 것이다.
이 들어와 있음의 인연으로 바라본 세상이 세간世間이다. 우리는 우주 안
에서 사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이 만든 세간에 산다. 세간에서는 물이 마
시는 것으로, 사는 집으로, 보석으로, 피고름으로 나타난다. 원이 아니라
단진동만 보이므로, 불구부정의 참이 나타나지 않는 곳이 세간이다. 그러
나 그 자리가 바로 연기緣起이고 제법무아諸法無我다. 어디 다른 곳이 없다.
연기를 보면 법을 본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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