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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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장강의 남북을 오가며 선종과 관련된 곳을 유람하면서 홍주종洪州宗의
선풍을 익혔다. 그런 후 신라로 귀국하여 옥천사에 둥지를 마련하고 홍주
종을 펼쳐나갔다고 본다. 그는 적멸에 들면서 문인들에게 “모든 법이 다
공하다. 한마음이 근본이니 너희들은 힘써 수행하라.[萬法皆空, 一心爲本, 汝
等勉之.]”라고 붓다의 진면목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부디 탑 같은 것
세워 껍데기(形骸)를 묻지 말 것이며, 비를 세워 내가 걸어온 흔적을 기록
하지 말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나 세속의 인간들은 시호를 내리고 탑을 세
우고 비문을 지어 행적을 기록하고 이를 돌에 새겨 비로 세웠다.
나는 육조정상탑을 보고 싶어 옥천사 영역으로 몇 번이나 갔다. 그리고
쌍계사에 갈 때마다 진감선사비를 찾았다. 이렇게 쌍계사를 들락거렸다.
늘 내려오는 길은 어둠이 산골짜기로 밀려들 무렵이었다. 놓칠세라 부도
탑들도 또 보았다.
“이 사람아, 자네도 내 말을 정말 안 듣는군. 뭐땜시 돌덩어리를 읽고 보
고 난리냐 말일세. 헛고생 그만 해!” 삼신산 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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