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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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감선사비는 국보로 지정되어 있
             으나 비를 보호하는 비각도 없어 그
             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래서는 안 된

             다. 이 비는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오래되어 비신의 일부는 마멸되었지
             만 다행히 그 이전의 탁본이 전하고
             있어 그 비문 내용이 완전하게 전해

             지고 있다. 이 비는 최치원 선생의 유

             명한  사산비명四山碑銘  가운데  가장
             먼저 완성된 것으로서, 그가 신라로
             귀국한 직후의 사상을 알 수 있는 사

             료로서도 가치가 크다.

               나는 진감선사비를 보려고 쌍계사
                                                사진 4. 저수량의 안탑성교서.
             에 몇 차례 온 것 같다. 진감선사의
             비는 진감선사와 관련된 불교에 관한 내용 이외에 최치원 선생의 문장과

             사륙병려문으로 쓴 글에서 구사한 유가, 불가, 도가의 사상이 어우러진 최

             치원 선생의 삼교융합적 지식 체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글이다. 지
             식을 추구하는 사람은 어느 하나의 생각에 얽매여서는 안 되고 모든 지식
             에 대한 섭렵과 이의 종합과 분석,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와 더 나아가 능

             력이 미친다면 자기의 사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 본연의 일이다. 당시

             당나라 등 중국으로부터 유가, 불가, 도가적 지식이 신라로 유입되었지만,
             최치원 선생은 그 전체의 모습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

             고 보니, 이 사상들 중에 가치가 있는 것은 수용해야 인간이 문명사회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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