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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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새 출력한 원고와 자료들이 제 책상에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
             니 백련암 대중들이 너나없이 비슷한 사양의 스마트폰을 쓰고 있어도 법
             랍이 어느 정도 된 스님들은 그저 전화기로 사용하고 있고, 이제 들어온 행

             자들은 정말 스마트하게 폰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컴퓨터

             는 이미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 도구였던 것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여든이라는 나이를 눈앞에 둔 소납으로선
             디지털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의 패러다임을 이렇게 빠르게 변화시킬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출가자로 살면서 세상 문물에 신경

             쓸 일이 뭐 있겠나 싶어 무심하게 지내 온 탓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이렇
             게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면 손가락 하나와 말 한마디로 모든 게 척척 이루
             어지는 때가 올 테지 하면서 기다린 탓도 있고요. 그러니 저희 아버지 세

             대들은 문맹의 시절을 살았다면 저는 디지털과 AI 시대에 컴맹 무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디지털 무식꾼이 되어 가고 있는 이즈음, 상좌들은 학위논문으
             로 기쁨을 주고, 장경각에서는 1천여 쪽이 넘는 『정독 선문정로』가 인쇄에

             들어가 발간을 앞두고 있어서 그나마 아날로그 스님으로서 다소 위안을 받

             고 있습니다. 머잖아 이 두 상좌가 수행자로서의 본분사에도 전념하며 석
             사학위 논문 제목을 더 깊이 있게 연구하여 박사학위 논문을 들고 올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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