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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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덕택에 그동안 지구에서는 생명이 진화했고 오늘날의 생태계가 이루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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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 mc 과 유무有無의 중도 핵융합 반응에서는 4개의 수소 원자
핵이 하나의 헬륨 원자핵으로 합쳐진다. 이 과정에서 0.7%의 질량이 감소
한다. 이것이 태양이 지난 50억 년 동안 우주로 뿜어낸 에너지의 원천이
다. 핵융합 반응뿐 아니라 핵분열 반응이나 방사성 붕괴에서도 그 과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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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에너지가 분출된다. 질량이 바뀐 것이다. 상대론의 식 E = mc 은 질량
과 에너지가 같다는 것이고, 이는 다시 물질과 에너지가 같다는 것이다. 그
런데 질량은 볼 수 있고 에너지는 보이지 않는다.
가습기를 틀어 놓으면 뽀얀 것이 뿜어져 나오다가 곧 사라진다. 뽀얗게
보이는 것은 아주 작은 물방울이다. 그 물방울이 수증기로 변한다. 물방울
은 눈에 보이는 액체고, 수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다. 봄이 되면 씨
앗에서 파란 싹이 돋아난다. 사대가 인연으로 화합하여 뭉치면 싹이 된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인연이 흩어져서 다시 사대로 돌아간다. 사대가
화합하면 눈에 보이는 싹이 되고 사대가 흩어지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가습기는 물방울을 잘게 쪼개 수증기로 쉽게 변할 수 있게 하는 기계다.
씨앗은 사대를 화합하여 싹을 이루게 하는 생명이다. 핵융합은 질량을 에
너지로 바꾸는 물리적 과정이다.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변환이다. 단
지 이름과 형색이 바뀔 뿐 생겨나는 것도 없고 사라지는 것도 없다. 불생
불멸의 중도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존재라고 하고 있음이라고 하고
유有라고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비존재라 하고 없음이라고 하고
무無라고 한다. 그러나 단지 이름과 형색으로 그 둘을 구분할 뿐이다. 『가
전연경』을 보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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