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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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아암혜장의 부도탑이 있는 대흥사 부도전. 사진 해남군.



             그해 겨울에 거처를 주막에서 보은산방寶恩山房으로 옮겼다. 이후 두 사람

             사이의 교분은 두터워지고, 다산은 아암에게 『주역』을 중심으로 한 학문적
             인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아암이 다산의 『주역』에 대한 해석에 감탄하여

             더 가르쳐주기를 부탁한 것이나, 다산이 『시경』·『서경』·『주역』을 내세워

             『화엄경』·『능엄경』·『원각경』을 풀이했을 때 아암이 천성을 되찾은 눈물
             을 흘렸다고 한 점으로 미루어 두 사람은 사제의 의義를 맺은 것으로 보인
             다. 『다산시문집』에는 다산이 혜장에게 보내거나 읊은 14수의 시가 전해지

             고, 탑명塔銘과 제문祭文까지도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다산이 교유한 승려

             와 주고받은 시 가운데 가장 많은 수에 해당되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알
             수 있다.
               다산은 아암의 성품을 “굳건하고 어질고 호탕한 사람”, “솔직하고 꾸밈

             새가 없었으며 남에게 아부하는 태도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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