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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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 물론 세속의 학문까지 통달하였
          으므로 그의 명성은 승도들 사이에 자
          자하였다.

           그 뒤 당대의 대강사인 연담유일蓮

          潭有一과 운담정일雲潭鼎馹로부터 불교
          공부를 계속하였다. 30세에는 대둔사
          『화엄경』 대법회에서 주맹主盟으로 활

          약할 정도로 교학에 해박하여 대둔사

          의 12강사 가운데 1인으로 추앙받기               사진 1. 『대둔사지』에 수록된 아암에 대한 내용.
          도 했다. 아암은 어린시절부터 『수
          능엄경』과 『기신론』을 특히 좋아했으며, 유교경전에도 이해가 깊었다고

          한다.

           그와 사제의 인연을 맺었던 다산은 아암이 “불교경전뿐만 아니라 외전
          중에서 『논어』를 매우 좋아하여 그 지취旨趣를 연구하고 탐색하여 빠뜨린
          온축이 없도록 기했으며, 여러 가지 성리서性理書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확

          하게 연마하여 속유俗儒들로서는 미칠 바가 아니었다.”고 한다. 다산은 아

          암의 학덕學德에 스승 연담유일이 12종사宗師 가운데 순서로는 가장 끝이
          고, 제자 아암 역시 12강사講師 가운데 가장 끝이었지만, 마지막이 아니라
          정화精華라고 했으며, ‘蓮老大蓮也 坡公小蓮也’라고 두 사람을 연꽃으로 비

          유하여 불교계의 지성知性으로 높이 평가했다. 때문에 아암은 연담을 제외

          한 여러 강백의 어설픈 교학 강의에 부정과 비웃음을 연발했다고 한다.
           아암과 다산의 교유는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 온 직후부터다. 다산이 아
          암을 처음 만난 것은 1805년 봄 백련사에서였다. 당시 아암은 백련사의 주

          지로 다산을 이전부터 몹시 만나기를 갈망했다. 다산은 이때의 인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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