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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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 불교가 아니라 살아 있는 불교가 되라


               이렇게 아난존자는 비사리毘舍離 성 바깥으로 쫓겨났습니다. 그래도 아

             난존자는 워낙 아는 게 많아서 신도들이 와서 예배를 하고 큰스님이라고

             절을 하고 공양을 올렸습니다. 아난존자는 가섭존자에게 야단맞고 쫓겨난
             것을 잊어버리고, 사람들이 와서 절하고 물으니 법문을 안 할 수 없었습니
             다. 그때 마침 발기跋耆존자라는 부처님 제자가 그 옆의 조용한 처소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아난존자가 와서 법문을 한다고 법석을 떠니 도저

             히 공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편을 써야 되겠다 싶어 이런 게
             송을 읊었습니다.



                  고요한 나무 밑에 앉아

                  마음으로 열반을 생각하되
                  좌선함에 방일하지 말라
                  말 많아 무슨 소용 있는가.      5)




               아난존자가 이 게송을 듣고 술 깬 사람처럼 정신이 확 돌아왔습니다.
               ‘앗! 큰일 났구나. 이제 보니 내가 가섭존자에게 쫓겨나 여기 와 있는 신
             세인데 이 무슨 쓸데없는 일인가!’

               이렇게 크게 반성하고는 그때부터 부처님 생전에 그렇게 권해도 하지 않

             던 선정을 열심히 닦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했는지는 기록이 없어서 자
             세히 알 수는 없지만 밤낮으로 침식을 잊고 용맹정진을 했습니다. 하도 열




             5) 『사분율四分律』(T22, 967a), “靜住空樹下, 心思於涅槃, 坐禪莫放逸, 多說何所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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