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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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소素는 흰빛을 뜻
한다. 생사生絲로 짠 명주의
물들이지 않은 본래 빛깔을
말한다. 그래서 소素는 ‘바
탕’ 또는 ‘본디’를 의미한다.
즉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
탕이 있은 이후에 한다는
뜻으로, 본질이 있은 후에
꾸밈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사람도 이처럼
먼저 바른 바탕을 갖춘 뒤
에 꾸밈을 더해야 한다는
뜻으로 쓴다. 바른 바탕을 사진 9. 바탕을 마련하는 작업-연혈뚫기.
갖추지 않고 겉모습만 꾸미
려 든다면 결국 얼마 못 가
서 추한 몰골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단청도 마찬가지
다. 바탕과 정신이 마련되
지 않고 화려함만 강조된
단청은 겉치레에 불과할 것
사진 10. 바탕을 마련하는 작업-타분 후 채색 전 모습.
이다. 김성규 단청장의 단
청이 극한의 화려함 속에서도 장엄한 위엄을 갖추는 이유는 단단한 바탕
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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