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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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의 관계가 항상 연결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두 물체가 떨어져 있으면 상호작용할 수 없다고 믿
었다. 두 물체 사이의 공간은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어떤 물
체가 가지는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그 물질을 쪼개서 그것을 구성하는 성
분을 알아내는 것이 서양의 자연과학이다. 그래서 원소를 발견하고 세포
를 발견하고 분자, 원자,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양전자, 중간자, 소립자
그리고 광자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예를 들어 온도라고 하는 것이 물질의 상태일 뿐 물
질을 떠난 온도가 따로 없듯이 공간이라고 하는 것도 물질의 간극일 뿐 물
질을 떠나서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시간도 역시 온도처럼 물질의 상태를 표
시하는 것이지 물질이 없는데 시간만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동양에서는 사물의 특성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
에서 파악되기 때문에 차를 평가할 때 서양에서는 그것을 구성하는 성분
들을 알아내어 특성을 규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그것의 다른
사물과의 관계 즉 차를 생산하는 재배 환경이나 그것을 생산하는 농부의
정성까지도 파악함으로써 차의 특성을 파악했던 것이다.
서양은 병이 나면 무엇 때문에 병이 났는지 그 원인물질을 찾으려고 한
다. 병균이나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그것을 죽여 버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
고 믿는다. 그 결과 서양의학은 많은 병들을 정복했으나 병균과 바이러스
의 내성을 길러서 슈퍼 박테리아, 슈퍼 바이러스를 양산하게 되어 인류가
병에 의해서 전멸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조성한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병이 나면 신체의 균형이 깨어진 것이라고 보고 그 깨어진 균
형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
산삼과 인삼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에서도 동서양의 인식의 차이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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