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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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건의 불교관계 시문이 수록되어 있다. 사찰 주변의 자연경관을 예찬한
글이 대부분이고, 독서의 장소, 당시 불교계의 피폐상이나 폐단 등과 같은
불교계의 동향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는 유배 이전 동림사東林寺에
서 중형仲兄과 40여 일 동안 입사入仕를 위해 유교경전을 독서하는 득의得
意의 일면을 보이기도 했다.
22세(1783, 정조7) 때는 봉은사에 머물면서 경의經義의 과문科文을 공부하
기도 하였는데, 봉은사에 관한 4편의 시에는 그 때의 감흥뿐 아니라 당시
불교계에 대한 사정도 단편적이나마 보이고 있다. 그는 본분을 잃고 방황
하는 스님들을 “서울에서 떠도는 천박한 무리”로 표현했는가 하면, “중들
대부분이 무식하여 세속의 영화에 빠져 세속을 초탈한 즐거움을 모른다.”
고 비난했던 것이다.
『다산시문집』에는 승사僧寺를 주제로 한 시가 적지 않게 보인다. 강진 만
덕사(오늘날의 백련사)에서 금강산 정양사正陽寺에 이르기까지 약 28개 사찰
사진 2. 금강산 정양사正陽寺. 백제 무왕 때(600년)에 고승 관륵觀勒과 강운降雲이 창건한 사찰로 원효스님이
중창한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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