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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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을 분류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다양한 방법과 단계가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직지인심을 종지로 하는 선종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성철선에
서는 번뇌의 타파를 극히 단순화한다. 번뇌의 본진인 마지막 뿌리를 잘라내
는 일에 모든 일을 걸라는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8만4천의 번뇌가 함께 소
멸하게 된다는 논리이며 실제로 효과가 증명된 지름길 처방이기도 하다.
성철선의 세 가지 관문
여기에서 지목되는 마지막 뿌리가 바로 무명이다. 그것이 모든 번뇌의
최초의 뿌리이자 12인연의 바퀴를 굴리는 출발점이므로 근본무명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견성하려면 근본무명을 끊어내야 한다. 성철스님은 이
렇게 말한다.
“선문은 견성見性이 근본이니, 견성은 진여자성眞如自性을 철견徹
見함이다. 자성은 그것을 엄폐한 근본무명, 즉 제8아뢰야의 미세망
념이 영절永絶하지 않으면 철견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선문정전禪
門正傳의 견성은 아뢰야식의 미세가 멸진滅盡한 구경묘각究竟妙覺·
원증불과圓證佛果이며, 무여열반無餘涅槃·대원경지大圓境智이다.”
견성을 가로막는 근본무명만 잘라내면 그것이 곧 견성이고 궁극의 묘각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철선은 번뇌의 마지막 뿌리인 근본무명을 완전
히 끊어내어 구경무심에 이르는 일을 실천의 몸통으로 삼는 것이다. 이 근
본무명은 최후의 심층 무의식으로서 그 작용이 극히 미세하므로 극미세망
념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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