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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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진실한 공부는 절망과 희망, 비관과 낙관이 교차하는 현장
          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로 이 공부는 절대적 낙관
          으로 시작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절망과 비관 없이 진정한 낙관이 있을 수

          없다. 불성이라는 부처님의 전 재산을 물려받아 시작하는 공부라서 이미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만큼 공부가 깊고 철저해야 한다는 말
          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성철스님은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견성하려면 10지와 등각을 넘어서야 한다고 하면 혹자는 ‘너무 높

              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물러서는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하기만 하면 누구나 다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질린 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 공부가 참고 견디는 괴로움

          의 연속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과 평안의 향연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
          가 있을듯하다. 누구라도 선문에 들어 화두를 바로 드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 순간 전에 없던 고차원의 행복과 접속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

          에서 『선문정로』는 완전한 눈을 갖추었으되 청맹과니로 살아가는 모든 이

          들에게 열린 맹인잔치로의 초대장이고, 세 개의 관문은 잃은 길을 찾아주
          는 신호등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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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남산 용장사곡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87호. 통일신라시대. 경북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 산1-1 소재.
          경주 남산 용장사 계곡에 있는 신라시대 불상이다. 높다란 삼륜대좌 위에 모셔진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
          으며, 머리 부분은 사라지고 없다. 높이 솟은 대좌에 비해 불상은 작은 편이다. 대좌의 특성과 석불 자체의
          사실적 표현으로 인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명승 대현大賢 스님과 관련 있는 불
          상으로 대략 8세기 중엽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 5월 21일, 현봉 박우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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