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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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부산 고심정사에 모셔진 성철대종사의 진영에 향공양을 올리는 필자.
수행의 성취 자체가 더 높은 차원으로의 전진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 있
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보살의 공부가 완성된 10지보살이나 공부의 틀을 넘
어선 등각보살까지도 버려야 할 유심의 범주에 포함한다. 수행이 깊어져
고도의 성취를 이룬 차원일수록 그 장애성이 모호해진다. 심지어 안목이
준비되지 않은 수행자는 그것을 높은 깨달음의 성취로 찬양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의미 부여가 일어나는 순간 수행은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된다, 수행
자는 스스로 도달한 경계에 도취하여 깨달음을 선언하고 새로운 자아왕국
을 건설한다.
이처럼 수행의 차원이 높을수록 그것이 갖는 흡인력이 강력하고 그 결
과 또한 가공할 만하므로 성철스님은 이로 인한 장애를 제8마계라고 불렀
다. 높은 경계일수록 장애성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더
큰 장애가 된다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이다. ‘도가 한 길 높아지면 마장도
한 길 높아진다’는 말이 가리키는 바가 이것이다. 그래서 성철선은 100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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