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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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의 불상, 불화, 범종을 관영수공업 체계에 속한 장인이나 그림
을 담당하는 관청인 도화서 소속 화원이 만든 사례가 많았다.
반면 조선 후기에는 불상과 불화의 제작을 승려 장인이 전담하게
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 원인으로는 연산군(재위 1494~1506) 대
와 중종(재위 1506~1544) 대에 관영수공업 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붕괴 조짐을 보였던 역사적 배경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
다도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의승군을 일으켜 국난 극복에 앞장
섰던 불교계가 전란 때 피해를 본 전국 사찰들을 재건하면서 건축,
불상, 불화 등을 승려 장인을 주축으로 하여 조성한 것이 결정적이
었다. 특히 17세기에는 사찰의 중창과 중수가 급증함에 따라 승려
장인으로 이루어진 불교계의 자급자족적 불사 조영 체계가 구축되
었다. 이로써 승려 장인 조직의 편성과 운용이 원활해졌고 축적된
기술을 다음 세대에게 안정적으로 전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조선시대 판각 불서
이러한 흐름은 조선시대 판각 불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조선시
대 전국 주요 사찰에서 판각한 불교 서적에 대한 현황을 집대성한 『조선 사
찰본 서지 연표』가 발간되었다. 작은 책자이지만 40년 동안 직접 실물 조
사와 연구를 이어온 서지학자인 중앙대학교 송일기 명예교수님의 숨은 노
고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 전국 300여 개 사찰에
서 개판한 불서는 대략 1,70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조선 전기에는 국가기관인 간경도감이 주도한 언해 불서와 왕실 후원의
불서 간행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조선 후기에는 승과가 폐지됨에 따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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