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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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이 20세 전후
의 나이에 한 노승으로부
터 받은 『증도가』를 읽고
본격적으로 불교에 관심
을 가지고 불교 서적을 탐
독한 사실이 알려져 있다.
백련암에 소장된 『영가진
각선사증도가』에는 성철
스님이 증여받은 불서마
사진 2. 『영가진각선사증도가』(1424).
다 날인한 ‘법계지보’의 인
장이 확인되지 않는다. 출가 전에 받았던 『증도가』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
측해 본다.
1424년 전라도 고창 문수사에서 개판한 『영가진각선사증도가』 【사진 2】
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와 같은 내용으로 천경산千頃山 사문沙門 법천法
泉이 계송繼頌한 판본이다. 1076년에 쓴 중국 축황祝況의 후서後序에는 “현
각과 혜능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증도가의 의미를 설명하고 후대 사람
들이 공부하고자 하여도 주석마저 어려운 까닭에 영가법천永嘉法泉이 이
를 해설하여 오래도록 전해지게 하였으므로 판각하여 널리 펴고자 한다.”
라고 했다.
판본의 형식은 『증도가』 원문을 매 구절 단위로 나누고 글자 한 칸의 간
격을 둔 다음에 법천의 송을 이어서 덧붙이고 있다. 선의 도리와 경지를 표
현하고 있는 『영가진각선사증도가』는 조선시대 수많은 선사들의 수행 지
침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철스님의 저술에도 자주 인용된 선서이다.
『선종영가집』은 현각 선사가 남긴 글을 당나라 위정魏靜이 편찬하고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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