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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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長水寺에서 한 차례 번각되었다. 그 밖에 16세기까지 주로 한문본이
십여 차례 간행되었다. 백련암 소장본 중 1499년 경상도 합천 석수암石
水庵 판본이 바로 『선종영가집과주』의 한문본이다. 【사진 4】
석수암본과는 달리 1568년 충청도 보은 속리산 복천사福泉寺 판본에는
기화가 각 장을 칠언절구 형식으로 지은 송頌과 서문이 책 서두에 실려
있을 뿐만 아니라 본문에 기화의 주석까지 포함되어 있다. 현각의 원문
은 대자로, 행정의 주석은 중자로, 기화의 주석은 소자로 구분하여 새겼
다.【사진 5】 이 책도 『선종영가집』의 또 다른 주석서로 엄밀한 의미로 부른
다면 『선종영가집과주설의禪宗永嘉集科註說誼』이다. 이처럼 15, 16세기에 판
각된 『선종영가집』은 『선종영가집과주』의 언해본과 한문본 그리고 『선종영
가집과주설의』의 한문본 계통이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선종영가집』은 중국에서 불교가 천태종, 화엄종, 선종 등 다양한 종파
로 분열되면서 교와 선으로 양분되기 시작할 무렵에 현각 선사가 불교의
종지를 마음으로 삼고 천태와 선, 교와 선의 종합을 모색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은 수행인의 자세와 수선修禪의 요결 등을 10개의 장章으로 나누
어 설명하고 있다. 1장 「모도지의慕道志儀」, 2장 「계교사의戒憍奢意」, 3장 「정
수삼업淨修三業」, 4장 「사마타송奢摩他頌」, 5장 「비파사나송毗婆舍那頌」, 6장
「우필차송優畢叉頌」, 7장 「삼승점차三乘漸次」, 8장 「사리불이事理不二」, 9장
「권우인서勸友人書」, 10장 「발원문發願文」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제4장부
터 제6장까지 지止·관觀·중도中道에 관한 사마타, 비파사나, 우필차 수
행법을 설명하고 있다. 영가 선사는 천태의 공空·가假·중中의 3관觀으로
이 세 가지 수행법을 논하지만, 이것은 결국 중생심 안의 진여심을 자각하
여 부처가 되는 길인, 선종의 견성성불의 길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판각 불서의 흐름과 특징으로 살펴볼 때, 상업적인 활동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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