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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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을 바랄 뿐이다. 이처럼 어머니의 거룩한
사랑의 실천으로 곱던 얼굴이 차츰 거칠어 가는 반면 아기의 얼굴은 차츰
예쁘고 귀엽게 변해가는 것이다.
‘세탁부정은’ 벽화 【사진 2】는 이렇게 아기가 자라는 것은 모두가 어머니
의 피와 살을 깎아내는 고통과 정성어린 보살핌의 대가로 가능한 것이었
음을 일러준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물은 근원 없이 흐를 수가 없다.”는
말은 세상에 조상과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음을 일컬어 비유한 말이다.
부모로 인하여 내가 세상에 태어났고, 그 부모로 인하여 길러졌음을 안
다면 부모를 받들고 모셔야 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조건이
있을 수 없고 이유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 자신마저도 아버지인 정
반왕이 별세하자 손수 그 상여를 메었다는 기록이 있듯이, 『부모은중경』은
말 그대로 부모의 은혜가 지중함을 가르쳐 설하고 있으며, 벽화는 이를 아
름답게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8)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멀리 떠나면 걱정하시는 은혜
죽어 헤어짐도 실로 잊기 어렵지만
살아서 못 만남도 또한 가슴 아파하시네.
아들딸이 집을 떠나 먼 길을 가게 되면
어머니의 마음 또한 그곳에 함께 있네.
밤낮으로 자식 쫓아 마음이 따라가니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 천 줄기 만 줄길세.
원숭이가 울며불며 새끼를 그리듯이
자식 생각에 애간장이 다 끊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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